분당서울대학교병원 뇌전증·수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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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

뇌전증이란?

수천억 개의 뇌신경세포 중 일부가 짧은 시간 동안 비정상적인 전기신호를 만들어내면서 나타나는 이상을 발작 혹은 경련(seizure)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발작이 두 번 이상 자발적으로 반복해서 생기는 질환이 바로 뇌전증(epilepsy)입니다. 여기서 자발적이라는 의미는 전신질환이나 신체 대사장애가 원인이 아니라는 의미인데, 다시 말해 경련(유사)증상은 고열, 탈수, 저혈당 및 저나트륨혈증 등의 전신질환이나 신체 대사장애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뇌전증은 인간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성경에도 기록되어 있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알려져 온 친숙하고 흔한 질환입니다. 유명한 업적을 이루었던 위인이나 영웅들 중에서는 뇌전증을 앓았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대표적 인물로는 로마의 황제 시저나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 프랑스의 나폴레옹,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 그리고 철학자 소크라테스, 음악가 차이코프스키, 미술가 고흐, 발명가 노벨 등이 있었습니다.

발병율 및 유병율

뇌전증은 매우 흔한 질환으로 일반적으로 인구 100명에 한두 명 정도가 뇌전증을 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뇌전증 환자는 대략 30~40만 명 정도로 추정되며, 매년 약 2~3만 명 정도의 새로운 뇌전증 환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잘못된 인식과 통념으로 인하여 이들 중 겨우 20~30%만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으며 많은 수의 환자들이 사회와 격리된 채로 민간요법을 비롯한 비정상적인 치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원인

전신성 뇌전증은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대체로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약 20-30% 정도이며, 지능이나 신경학적 결손이 전혀 없으며, 특정 연령에서 발생하고, 때로는 저절로 완해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최근에 전신성 뇌전증의 원인에 대하여 유전자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소성 뇌전증은 어떠한 원인이든지 후천적으로 신경세포의 손상을 초래하여 경련을 일으키는 것으로, 그 원인은 뇌전증의 발병 연령에 따라 다양합니다. 즉, 신생아나 소아기에는 선천성 뇌기형, 대사 장애, 분만 시 합병증, 중추 신경계 감염증이 주된 원인이 되고, 청소년기-성인기에는 선천성 뇌기형, 뇌외상 등이 많으며, 중장년-노인에서는 뇌졸중, 뇌종양, 퇴행성 뇌질환 등이 주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뇌전증은 뇌손상이나 뇌질환이 호발하는 신생아 시기와 노년기 시기에 가장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증상

의식을 잃고 눈이 돌아가면서 사지가 뻣뻣하게 굳어지고 간헐적으로 떠는 증상이 흔히 일반인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모습니다만, 뇌전증의 증상은 그 외에도 매우 다양합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순간 멍해지면서 반응이 늦거나 입맛을 쩝쩝 다시는 증상만 잠깐 나타나는 경우 혹은 의식소실 없이 한쪽 팔만 떠는 경우도 많으며, 소름만 돋는다거나 구토만 하는 형태의 매우 미미한 증상의 뇌전증도 드물지만 있습니다.

뇌세포의 이상 전기신호가 뇌의 다른 부위로 퍼지면서 의식소실이 발생하게 되는데, 의식소실이 일어나기 전에 전조증상이 있어 환자 본인이 기억하고 보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전조 증상으로는 신체의 특정 부위에서 느껴지는 저림이나 통증 등의 감각이상, 가슴이 답답하다거나 속에서 뭔가 치밀어 오르는 듯한 증상, 공포감, 환청, 환시, 환각, 처음 일어나는 일인데도 마치 과거에 경험했던 일인 것 같은 기시감이나 과거에 경험하여 잘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갑자기 생소하게 느껴지는 미시감 등이 있습니다. 이런 전조는 성인 뇌전증 환자의 50~60% 정도에서 발작 초기에 경험하게 되는데 이러한 전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분석함으로써 발작이 시작되는 뇌의 부위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진단

뇌전증 진단의 첫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문진을 통한 정확하고 자세한 병력청취입니다. 실제로 발작증상을 의사가 직접 목격하면 가장 정확하겠지만 실제 의사가 관찰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환자 본인 역시 의식소실이 되면서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병력청취 때에는 환자의 가까운 보호자나 환자의 발작을 목격한 사람과 함께 동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병력청취를 통해 뇌전증이 의심되면 뇌파(EEG)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이때 뇌파에서 뇌전증파를 발견하게 되면 뇌전증을 확진 할 수 있게 되나 뇌파 검사가 정상이라고 해서 뇌전증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임상적인 판단으로 뇌전증이 의심된다면 뇌파 검사를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뇌자기공명영상(MRI)는 발작을 일으키는 구조적인 뇌병변을 찾아내는 데 중요한 진단적 검사입니다. MRI를 시행하여 해마경화증, 피질이형성증, 뇌종양, 혈관기형, 해면혈관종, 뇌경색 등의 뇌전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구조적인 이상을 찾아내는 것은 향후 환자의 치료 및 예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게 됩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검사로 진단할 수 없거나 혹은 적절한 약물치료에도 잘 반응하지 않거나 발작의 유형에 대한 규명이 확실하지 않을 때 비디오-뇌파검사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이는 외래에서 30~60분간 시행하는 뇌파검사와는 달리 수 일간 지속적으로 환자의 발작을 비디오로 녹화하면서 동시에 뇌파를 기록하는 검사입니다. 특히 수술적 치료의 대상이 되는 약물 불응성 뇌전증 환자에서 이 검사를 통하여 뇌전증 병소를 국소화하여 수술을 결정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검사입니다.

이 외에도 환자에 따라서는 뇌스펙트(SPECT)검사 혹은 뇌페트(PET)검사를 시행하여 병변 부위를 확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료

약물치료 

뇌전증으로 진단이 된다면 항경련제 약물치료를 우선 시행하게 됩니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항경련제의 종류는 약 15개 내외이며, 신약의 소개 및 개발로 인해 점점 그 개수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항경련제의 일차 선택은 뇌전증의 형태 및 환자의 나이, 동반된 질환, 약물의 부작용 및 복용중인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므로 반드시 뇌전증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은 후 상의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보통 초기 치료는 한가지 항경련제를 소량으로 시작하여 점차 증량하는 경우가 많으며 치료 반응에 따라 적절한 복용량을 결정하게 됩니다. 최대 용량까지 증량하여도 경련이 만족스럽게 조절되지 않는다면 약물의 작용기전이 다른 항경련제를 추가해서 병용하거나 다른 항경련제로 바꾸어 치료하게 됩니다.  

수술치료

전체 뇌전증 환자의 약 15~20% 정도는 여러 항경련제를 복합하여 복용해도 발작이 잘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또는 치료불응성 뇌전증 환자입니다. 이런 경우 빈번한 발작으로 일상생활에 많은 장해가 되고 여러 항경련제를 복합하여 복용함으로써 비용도 많이 들고 약물로 인한 부작용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이런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 중 뇌전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뇌의 한 부분에 국한되며 그 부위가 중요한 뇌기능을 담당하지 않으며 또한 수술적으로 접근이 가능할 때 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뇌전증을 일으키는 뇌부위가 너무 광범위하거나 여러 곳에 퍼져 있는 경우에는 수술 치료로 좋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예후

약물치료는 뇌전증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실제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는 뇌전증 환자들의 약 60~70% 정도는 발작없이 생활하고 있으며 약 15~20% 정도는 수개월에 한번 정도의 드문 발작을 보입니다. 또한 약물치료로 잘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 중 해마에 원인 병소가 있는 내측두엽 뇌전증의 경우 수술로 70% 이상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뇌전증은 정확한 진단과 더불어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대개의 경우 잘 낫는 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발작 시 응급처치

만약 주변에서 발작을 하는 환자를 목격한다면 일단 절대 침착하시길 바랍니다. 일단 발작이 시작되면 다른 사람이 인위적으로 멈출 수는 없습니다. 발작이 자연적으로 멈출 때까지 기다리시되, 환자가 다치지 않도록 유의하시면 됩니다.

  • 스스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주의 사람들을 안심시킵니다.
  • 주변의 뾰족하거나 단단해서 환자가 다칠 수 있는 물건들을 치웁니다.
  • 넥타이 등을 풀고 옷을 느슨하게 하여 숨쉬기 편안하게 합니다.
  • 환자의 몸이나 얼굴을 옆으로 돌려서 기도가 막히는 것을 방지합니다. 이때 손가락이나 다른 물질을 입 안에 억지로 넣어 벌리는 행위는 하면 안됩니다.
  • 발작 중인 환자의 몸이나 팔다리를 잡고 누르거나 올라타거나 해서도 안됩니다.
  • 손가락을 바늘로 찌르거나 따거나 비상의약품을 억지로 먹이면 안됩니다.
  • 발작이 끝나고 환자 의식이 돌아올 때까지 옆에서 대기하면서 관찰합니다.

뇌전증에 의한 발작은 통상적으로 1-2분 정도 지속되며 길어도 5분 내에 끝납니다. 그러나 발작이 5분 이상 지속될 경우 병원으로 응급 후송해야 합니다. 또한 아무리 짧은 발작이라도 한 번의 발작 이후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발작이 또다시 발생하면 즉시 병원으로 후송하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