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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의 슬기로운 돌봄 생활

Plus x Interview

가정의학과 이혜진 교수

초고령사회의
슬기로운 돌봄 생활

글. 한수빈

사진. 고인순

한국 사회가 초고령사회에 빠르게 진입하며 노인 건강과 돌봄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국가적 과제가 되었다. 집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어 하는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가족들의 돌봄 부담을 덜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주치의 팀 커넥티드 케어’ 정착과 구현을 위해 지금 당장 짚어봐야 할 것은 무엇인지, 가정의학과 이혜진 교수를 만나 들어보았다.

초고령사회, 거동이 어려운 노인이 늘어난다

2024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20%를 넘어섰다.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것. 문제는 유례없이 빠른 속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 따르면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에서 2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덴마크 42년, 이탈리아 29년, 일본 10년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단 7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보호자를 가장 가까이서 접하는 이혜진 교수는 이를 누구보다 여실히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60대가 환자로 내원했다면 이제 보호자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10년 전의 같은 연령 층을 비교해 보면 지금 어르신들이 훨씬 더 건강하죠.
그러나 우리는 노인 인구의 절대 수가 증가하고, 구성이 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75세 이상을 뜻하는 ‘후기 고령자’에 접어들수록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점차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초고령사회는 거동이 어려운 고령 인구의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게 바로 근거리 지역사회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금의 추세라면 2040년 후기 고령자의 비율이 전체 노인 인구의 52%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우리나라 의료 체계는 회복이 빠른 중장년 성인을 기본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노인들의 경우 이를 기준으로 퇴원했을 때 일상생활을 못할 확률이 30% 이상이고, 많게는 60%까지 2주 안에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이 교수는 말한다.
“고령자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관절염, 퇴행성 척추질환 등 복합적이고 다양한 만성질환을 지닌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급작스러운 상태 변화를 겪을 수 있어 여러 분야의 의료서비스가 동시에 필요하지만 교통수단을 이용 하거나 이동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죠. 따라서 복합적 의료욕구와 약물 관리, 건강상태 변화에 대한 조기 대응, 필수 검사의 누락 방지, 전문의 의뢰 결정 등 전반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주치의 팀의 역할이 필요한 것입니다.”

지역사회 내 의료와 돌봄의 유기적 연결이 핵심

전통적으로 주치의 팀은 환자의 질환 관리, 약물 복용 확인과 조정, 필요한 건강검진과 예방접종의 계획 및 시행, 건강 악화 시 적절한 시점에 상급 의료기관으로의 의뢰 등 포괄적이고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수행한다.
이혜진 교수가 생각하는 주치의 팀의 가장 이상적인 모형은 의사와 간호사, 영양사와 치료사로 구성된 다학제이다. 다만 아직 한국 사회에서 다학제를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의사와 간호사로 이루어진 기본 관리 기능에 충실한 소규모 팀으로 시작해 주치의 팀을 전국적으로 보급하고 점차 일차의료 기반을 확장해 서비스의 다양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주치의의 역할을 굉장히 다양하게 두고 있지만 근본은 ‘나를 제일 잘 아는 우리 동네 의사’입니다. 궁금한 게 생겼을 때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친구 같은 의사가 필요하고, 주치의는 환자의 정보를 관리해 문제가 생겼을 때 지자체와 상급 의료기관에 공유하는 거죠. 그럼 상급의료 기관에서는 환자를 백지에서부터 보는 게 아니라 복용하는 약과 기저 질환을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요.”
초고령사회에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의료기관과 돌봄기관 간의 연계와 조정 또한 주치의 팀의 역할이다.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은 주치의가 돌봄을 의뢰할 수도 있고, 돌봄기관에서 건강관리가 필요한 경우 역으로 주치의에게 연락할 수도 있다. 이러한 연계는 오랜 유대관계를 쌓아온 환자와 의사와의 관계에 기반하여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 결국 초고령사회에서는 지역사회 내에서 의료와 돌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주치의 팀이 효과적인 고령자 건강관리의 핵심 기반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혜진 교수가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이동이 쉽지 않은 지역의 노인을 찾아가 재택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치의 팀 중심 지역 네트워크 확립을 위해

국내에 주치의 팀 중심 지역 네트워크가 제대로 기능하게 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앞서 이야기한 ‘팀 모델의 규모와 구성을 어떻게 현실에 맞게 적용할 것인가’이다. 동시에 실제적인 서비스의 확대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예컨대 재택의료는 고령자 돌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실질적으로 제공하는 기관은 여전히 제한적입니다. 이와 더불어 방문 재활, 방문 간호, 영양상담 등 다양한 방문형 서비스의 확대 역시 중요합니다.”
주치의 팀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일차의료에서 환자를 관리하고 다양한 기관과 연계할 수 있도록 수가체계와 보상방법의 변화도 동반되어야 한다.
제도적 지원 없이는 주치의 팀의 활성화와 지속 가능성이 담보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는 것 역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다. 재택의료 기관들이 늘어 나고 있지만 이는 여전히 수도권 중심에 불과하다. 인구 소멸 지역들은 의료진 확보도 어렵고 수익 모델을 내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 문제가 있기에 이혜진 교수는 보건소와 같은 공공의료가 역할을 해주는 것도 답이 될 수 있다고 의견을 내비쳤다.
한국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영국과 일본의 경우 제도적 차이는 있지만, 의료와 돌봄의 통합적 연계라는 측면에서 우리 사회에 중요한 변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전국을 42개의 통합돌봄시스템으로 나누어 통합돌봄위원회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일본은 지역포괄케어를 실시해 단골의사가 상급의료기관과 지자체 돌봄서비스로 연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의료와 돌봄의 연계는 향후 우리나라의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이 교수는 전망하고 있으며, 재택의료의 효과를 체계적으로 평가하고 개선해 확대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초고령사회 의료는 큰 변화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특히 재택의료는 현장에서 여전히 매우 부족하며 관련 교육 기회도 많지 않습니다. 이에 분당서울대병원은 경기도와 협력해 재택의료를 제공하는 의료진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재택의료 제공기관이 더 늘어나고, 환자들이 거동이 어려워지더라도 살던 곳에서 좋은 서비스를 받으며 살 수 있게 되는 재택의료 서비스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초고령사회에서는 지역사회 내에서 의료와 돌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주치의 팀이 효과적인 고령자 건강관리의 핵심 기반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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