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성차의학연구소

성차의학연구소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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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김나영 교수

안녕하세요?

보통 성차의학 이라고 하면 일반인은 물론 의사들도 어색한 표정을 지으면서 (sex)을 연구하는 학문이냐고 질문을 하여 놀라게 했는데 sex- gender- specific medicine이라고 풀어 말하면 ‘아! 그렇군요. 호모나 레즈비언 문제가 아니네요?’ 라는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편향성을 지양하는 의학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남녀 모두의 건강에 도움이 되게 하자는 성차의학’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게 된 계기는 2014년 한국여성과총 백희영 회장님과의 만남 이었습니다다. 2014년 8월의 더운 여름날 스탠포드대학-한국여성과총간의 Gendered Innovation (GI) Workshop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스탠포드대학 Londa Schiebinger 석좌교수, 한국여성과총 백희영 회장님, 그리고 WISET Director 이혜숙 교수(2021년도 개설한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 소장님) 등 미국, 한국 교수들이 참여했고 숙명여대 성미경 교수의 대장암 발표를 임상의학 측면에서 도와드리면서 대장암의 성차의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스탠포드대학 채플 건물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백희영 교수이 우리나라 의학계에서는 처음으로 김나영 교수가 성차의학에 관심을 갖게 된 만큼 계속 잘 해주면 좋겠다는 말씀이 매우 낯설었던 기억이 선합니다. 2016년 한국여성과총 산하에 젠더혁신연구센터가 설립되고 ‘젠더혁신을 통한 과학기술연구의 수월성 및 실용성 증진’ 제목의 5년 연구과제에 참여하면서 식도, 위, 대장 질환에서 여성에 호발하는 ‘기능성 위장관장애’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또한 2016년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 연구비 공모에 “AOM/DSS 모델에서 대장염 및 대장암 발생의 성별 차이 및 에스트로겐에 의한 Nrf2 발현조절”제목으로 연구비를 수혜 받게 되면서 임상과 기초에 걸쳐 성차의학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되어 아주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성차의학 연구에서 약간의 성취감을 느끼고 있을 즈음 의사 및 의대생을 대상으로 하는 성차교육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젠더혁신센터에서 대학원 교육과정 개발을 하면 어떠냐는 조언을 받아들여 2017, 2019년도 서울의대 중개대학원에서 ‘의과학에서의 sex, gender 연구 (Sex and Gender Aspects in Biomedical Research)’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고 수업에 참가한 의학자 및 의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다만 성차는 확실한데 젠더 개념을 확실히 모르겠다는 여러 대학원생들의 피드백을 받아 더 깊은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성차의학 대학원 수업 경험을 정리한 ‘Experiences with a graduate course on sex and gender medicine in Korea’ 논문을 2018년도 J Educ Eval Health Prof에 발표하면서 Londa Schiebinger 교수을 비롯한 젠더혁신 연구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 주된 이유는 이러한 성차교육 주제로 교육을 한다는 것이 젠더혁신에 앞서가고 있는 미국, 캐나다, 독일, 스웨덴에서는 당연하지만 한국에서 이러한 시도가 있다는 것이 놀랍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2018년 4월 Utah 대학에서의 ‘Sex and Gender Health Education Summit에의 참석은 매우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이 학회에서는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약사, 수의사 등 다양한 층이 참여하여 보건교육에 있어서의 성차교육에 대한 활발한 토론을 했고 성차교육 학과목 개발을 위해 학장을 설득하기 위한 역할 놀이도 하는 적극성에 놀랐습니다. 특히 브라운대학 응급의학과 교수 두 명이 알코올 중독자 치료에 있어 남녀에 따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발표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러한 Utah 대학에서의 학회 경험에 자극을 받아 2018, 2019, 2021, 2022년 서울의대 본과 2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선택교과2에 ‘성차의학’ 강좌를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선택의학의 여러 강좌 중에서 의대생들이 ‘성차의학’ 선택을 많이 한 것인데 그 이유는 최근 유행이 된 정밀의학(precision medicine)에서 성차가 기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의대 학생들은 미래의 의사가 되기 위해 의학 흐름을 감지하고 최선을 다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2016년 이후 5년간의 한국여성과총 주도의 ‘젠더혁신’ 사업은 모든 교수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구비 공모와 학회지 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즉 한국연구재단의 젠더연구 RFP 제안 등 젠더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고 J Korean Med Sci 내지 Exp. Mol Med을 비롯한 여러 유명 학회 편집위원회에서 논문을 발간할 때는 sex를 밝혀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의 발표를 이끌어 냄으로써 과학 연구 진행과 논문 작성에 있어 성차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학계의 분위기가 조성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한국여성과총 젠더혁신연구센터의 활동에 적극 참가한 덕분에 소화기내과 의사로서 기초와 임상연구, 교육, 그리고 다학제 연구를 통해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성차의학이란 결국 남녀에 있어서의 호르몬, 유전적, 환경적 차이가 질환으로 나타날 때 어떻게 차이를 보이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학문으로 체계화되려면 이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아직도 실체가 잡히는 과거 완성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인 것입니다. 2021년 4월 ‘소화기질환의 성차의학’ 책 발간과 2022년 6월 Springer에서 ‘Sex/Gender-Specific Medicine in the Gastrointestinal Diseases”의 발간한 바 있고 2022년 12월 안구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주관으로 34명의 의학자가 모여 발간한 ‘임상영역에서의 성차의학’ 발간은 여러 의학 분야에서의 성차의학 발전에 큰 기폭제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임상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할 IRB나 동물실험 윤리위에서도 이러한 성차에 대해 관심을 갖는 분위기도 무르익어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운 개념이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제 성차의학 연구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성차의학연구소를 개설하게 됨으로써 향후 성차의학 연구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는 체계가 잡혀졌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여러 교수들이 각 임상영역에서 연구를 깊이 하실 수 있도록 연구비 개발이나 여러 기초의학 및 인문사회분야 학자들과의 융합연구를 위한 적걸한 topic을 개발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고자 합니다. 물론 이러한 연구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진료역량을 높이거 진료지침 개발에 도움이 되어야 하고 글로벌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내가 위함은 당연한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성차의학연구소에는 성차의학에 관심을 보인 국내 연구자들과 미국에서까지 참여하는 폭넓은 진용을 갖추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도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성차의학연구소 소장
김나영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