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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우울하지 않아요. 단지 기운이 빠지고 멍해졌을 뿐이에요.”
최근 병원을 방문한 30대 중반의 주부 이씨는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의사의 진단에 대해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이씨는 우울해질 만한 이유를 갖고 있지 않았다. 남편이 속을 썩이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도 큰 탈없이 잘 자라고 있고,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가계 사정이 눈에 띄게 나빠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씨가 병원을 찾은 이유는 과거와 달리 이번 겨울에는 불안하고 걱정이 많아지고 잡생각에 빠져드는가 하면 집중이 잘 안되고 기억력도 떨어질뿐더러 기운이 빠져 하루 종일 피곤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유난히 피곤하고 우울한 겨울이라면, 겨울철 우울증
계절에 따른 급격한 감정변화, 계절성 정동장애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계절적 요인에 의해 기분이 우울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계절의 영향에 지나치게 예민해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급격한 기분변화를 보인다면 ‘계절성 정동장애’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계절성 정동장애의 가장 많은 형태는 ‘겨울철 우울증’입니다. 해마다 가을에 뭔가 우울해지는 느낌을 받기 시작하고 겨울에는 식욕이 늘고 잠도 많이 자는데도 기운이 자꾸 빠져 피로감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면 ‘겨울철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울증은 심할 경우 직장생활이나 가사일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증상이 악화되다가 봄과 여름이 되면 증상이 나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전체 성인의 1~3%정도가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한 ‘겨울철 우울증’을 앓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몸이 나른해지고 조금 우울해지는 등 가벼운 증상은 전체 성인의 10~15%에게 나타날 정도로 흔합니다.
환자의 4분의 3은 여성이고, 그 중에는 40대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겨울철 우울증에 취약한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남성과는 다른 성호르몬 분비체계, 곧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뇌하수체 자극 호르몬의 분비와 관련이 있다고 추정되고 있습니다.
일반적 우울증과 달리 식욕과 수면 욕구가 늘어
일반적으로 우울증에 걸렸다고 하면 매사에 의욕이 없고, 시도 때도 없이 피곤하며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아 낮엔 꾸벅꾸벅 조는 등의 증상들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겨울철 우울증 환자들은 식욕이 늘어나는 ‘기현상’을 경험합니다. 특히 탄수화물이 많은 밥, 라면, 빵을 비롯해 단 음식이 먹고 싶어집니다. 잠들기 전에 식욕 증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기 때문에 밤참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채 체중이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또 수면 욕구가 크게 증가해 아침에는 일어나기 힘들고 하루 종일 자고 싶지만, 아무리 많이 잠을 자도 피로는 풀리지 않고 몸이 납덩이처럼 굳어서 잘 움직이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자연스레 만사가 귀찮고 짜증이 늘어납니다.
이러한 겨울철 우울증은 북유럽과 같이 일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고위도 지역과 우리나라와 같은 일조량의 계절 변화가 심한 온대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추위보다는 해가 짧아지는 것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햇볕을 덜 받으면 체내에 비타민 D가 줄어드는데, 비타민 D는 기분, 식욕, 수면 조절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세로토닌의 합성에 관여하므로 부족할 경우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중증의 겨울철 우울증 환자에게는 날마다 일정시간 강한 광선에 노출시키는 광선요법이 가장 우선적인 치료법으로 추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겨울철 우울증을 예방하고 이겨내기 위해서는 활기찬 야외활동을 통해 햇빛 쬐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춥다고 실내에서 웅크리지 말고 밖으로 나가 활동하는 시간을 늘릴수록 우울한 마음을 깨끗이 씻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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