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정혜
사진. 김경수
가장 큰 차이는 ‘수술 기구가 몸 안으로 들어가는 길’에 있습니다. 기존 로봇·흉강경 폐암 수술은 갈비뼈와 갈비뼈 사이, 즉 늑간(肋間)을 통해 카메라와 수술 기구를 넣습니다. 좁은 늑간 사이에는 척수에서 나오는 굵은 늑간 신경이 있습니다. 단단한 기구가 좁은 늑간 사이를 드나들다 보니, 그 사이를 지나는 신경에 자극이 가고 손상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늑간 보존 수술법은 맨 아래 갈비뼈 아래쪽, 늑골 하부 공간을 통해 가슴 안으로 접근합니다. 갈비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갈비뼈를 피해 우회하는 방식입니다. 그 결과 늑간 신경을 건드리지 않고도 동일한 폐 절제와 림프절 곽청(절제·청소)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적인 차별점입니다.
환자분들을 만나 보면 “흉터는 작은데 왜 이렇게 아프냐”, “옆구리가 계속 저리고 당긴다”, “배가 튀어 나온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전임의 시절 현재 과장님이신 조석기 교수님의 제1 조수로 수술에 참여하면서 폐암 수술의 절개가 궁극적으로는 가슴 아래쪽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고, 늑골하 절개로 수술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이후 조석기 교수님은 명치 아래 검상돌기하 접근으로 흉선종 수술을 시작하셨고, 저는 기존 연구들을 찾아본 뒤 늑골하 절개를 이용한 흉강경 수술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흉강경으로는 기구가 환자의 골반과 자꾸 부딪히고, 절개 부위와 수술 부위가 너무 멀어 기구를 다루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이 한계를 극복하는 데 로봇이 도움이 되겠다 싶어 적용해 본 것이 이 수술법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갈비뼈와 갈비뼈 사이의 좁은 틈에는 신경과 혈관이 다발을 이루며 지나갑니다.
이 공간에 단단한 수술 기구를 넣고 움직이면, 기구가 마치 지렛대처럼 갈비뼈를 받침점 삼아 신경을 누르고 비틀게 됩니다. 좁은 문틈에 막대기를 끼워 넣고 이리저리 휘젓는 모습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문틈(늑간)은 좁고 그 안에는 예민한 전선(신경)이 지나가니, 손상이 생기기 쉽습니다.
늑간 보존이란 이 좁은 문틈을 아예 쓰지 않고, 옆의 넓은 통로로 돌아 들어가는 것입니다. 신경이 지나는 길을 건드리지 않으니 통증의 출발점 자체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또한 늑간 신경은 통증과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호흡근(respiratory muscle)을 조절하는 신경입니다. 간헐적으로 생기는 통증이 순간적으로 호흡근 마비로 이어져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이러한 마비는 환자의 40~60%에서 만성화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조기 발견으로 완치되는 환자가 늘고 있는 최근 임상 현장에서는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이 문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기구가 늑간 신경을 직접 압박하고 잡아당기면서 생기는 손상입니다. 둘째, 수술 중 시야와 각도를 확보하기 위해 기구가 갈비뼈에 지렛대처럼 힘을 가하는 과정에서 신경이 눌립니다. 셋째, 로봇 수술이라 해도 늑간으로 수술을 진행한다면 절개로 인한 늑간 손상뿐 아니라 흉곽의 구조상 지렛목(pivotal point)을 흉곽 밖에 둘 수밖에 없어, 로봇 팔이 늑간을 자극하게 됩니다. 그래서 로봇이든 흉강경이든 기존 방식에서는 늑간통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손상된 늑간 신경은 수술이 끝난 뒤에도 회복이 더뎌, 일부 환자에서는 수개월 이상 저림이나 시린 통증, 이른바 만성 신경통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번 수술법은 아예 다른 길로 들어가 수술하는 만큼 환자분들이 가장 먼저 체감하시는 것은 수술 후 통증의 정도입니다. 늑간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니 회복 초기의 날카로운 통증이 확연히 줄고, 진통제, 특히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의존도도 낮아집니다. 통증이 적으면 더 일찍, 더 깊게 숨을 쉬고 기침을 할 수 있어 폐 합병증이 줄고 회복이 빨라집니다. 결과적으로 빠른 보행, 빠른 퇴원, 빠른 일상 복귀로 이어집니다. 무엇보다 환자분들을 괴롭히던 ‘숨 쉴 때마다 찾아오는 가슴 통증’이 사라진다는 점이 가장 반가운 변화입니다.
최초로 시행한 수술법인 만큼 재현성, 즉 수술의 질이 매 수술마다 유지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했으며, 이를 보고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안전성은 ‘이 수술이 기존 수술만큼 정확하고, 합병증 없이 시행될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수술 시간, 출혈량, 수술 중·후 합병증 발생률, 개흉 전환율 등을 기존 수술과 비교했고, 큰 차이 없이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효과성은 통증 측면에서 수술 후 통증 점수, 진통제 사용량, 흉관 거치 기간, 재원일수 등에서 의미 있는 이점이 있는가입니다. 저희 환자들의 데이터에서 이러한 이점을 확인했으며, 다른 센터에서도 관련 효용성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기존 로봇 수술은 늑간에 절개를 한 후 해당 절개창을 통해 수술하기 때문에 늑간 손상이 생깁니다. 또한 흉곽 구조상 로봇의 지렛목(pivotal point)을 늑간 밖에 두게 되어, 로봇 팔이 늑간을 자극하고 결국 늑간통이 발생합니다.
저희 수술법은 늑간 자체를 보존하고 갈비뼈 아래쪽에서 접근하며, 수술 부위로부터 절개창이 멀기 때문에 지렛목을 절개창에 정확히 둘 수 있습니다. 즉, 통증의 근본 원인인 ‘늑간 절개’를 피하고, 로봇의 장점인 ‘지렛대 힘을 없애는 기능’을 온전히 살리는 것이 핵심입니다.
실제로 이 수술을 처음 학회에서 발표했을 때, 기존 로봇 수술을 하시던 다른 병원 선생님께서 발표를 보시고 늑간 보존 절개창을 통한 수술 방식으로 바꾸셨습니다. 또한 현재 미국에서는 단일공(single port) 로봇 수술의 경우, 늑간 보존 절개창으로 하는 수술만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상태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센터에서 이 접근법을 통한 수술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좋은 연구 결과들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조기 폐암 발견이 늘면서, 폐암 수술의 목표가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넘어 ‘환자의 삶의 질을 지키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봅니다. 통증과 호흡기 부담이 줄어든다면 수술 후 가정은 물론 직장으로도 복귀해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새로운 접근법이 제시된 만큼, 국내외 여러 기관의 검증과 발전이 이어지며 회복 중심 폐암 수술의 한 표준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 가지 방향을 두고 있습니다. 첫째, 적응증을 넓히는 일입니다. 어떤 위치와 병기의 폐암까지 이 접근법이 안전하고 효과적인지 정교하게 규명하려 합니다. 둘째, 림프절 곽청 (절제·청소)의 완성도를 더 높이는 연구입니다. 접근 각도에 따라 도달이 까다로운 상부 종격동 림프절까지 빠짐없이 절제할 수 있도록 술기를 정밀하게 다듬고, 데이터로 입증하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셋째, 추적 연구를 통해 통증뿐 아니라 장기 생존과 재발 측면의 결과까지 확인하고, 이를 표준 술기로 정립해 후학에게 교육으로 전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늑간 보존 로봇 폐암 수술법은 기존 수술처럼 갈비뼈 사이(늑간)를 절개하는 대신, 가장 아래 갈비뼈 아래쪽 공간(늑골 하부)을 통해 가슴 안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늑간 신경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수술 후 통증이 적고 진통제 의존도가 낮으며 회복이 빠르다.
폐암은 조기 발견 시 완치가 가능한 암이다. 흡연력이 있거나 50세 이상이라면 저선량 흉부 CT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권고된다. 기침이 3주 이상 지속되거나, 피가 섞인 가래, 원인 불명의 체중 감소, 흉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지체하지 말고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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