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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편집실
사진. 조병우
림프부종은 유방암, 자궁경부암, 갑상선암 등 암 치료 과정에서 림프절이 제거되거나 손상될 때 발생한다. 림프액이 원활히 이동하지 못하면 팔, 다리 등에 비정상적인 부종이 생기고, 환자의 일상생활에 지속적인 불편을 초래한다.
“림프부종은 마치 고속도로 톨게이트에 문제가 발생해 교통체증을 겪고 있는데도 우회도로를 놓거나(림프정맥문합술) 차를 뒤에서 밀어내는 방식(압박)으로 치료가 이루어져 왔습니다. 당연히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죠. 성형외과 전문의로 유방암 환자의 유방재건수술과 미세수술 등을 담당해 온 저는 림프부종 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고, 치료법과 관련한 연구를 계속해 왔습니다.”
림프액은 투명한 성질을 지니고 있고, 림프관의 경우 혈관보다 훨씬 가늘어 육안으로 확인하기가 어렵다. 그동안 림프조직 치료와 치료법 개발이 어려웠던 이유다. 그러나 최근 들어 형광 조영제와 영상 기술의 발달로 림프관의 시각화가 가능해졌고, 고해상도 수술용 현미경의 발전으로 직경 1㎜ 이하의 림프관을 연결하는 초미세수술의 길이 열렸다. 3D 바이오프린팅 기술 또한 크게 발전했다. 정재훈 교수는 여기서 림프부종 치료의 가능성을 내다봤다. 그리고 앞서 효과가 입증된 바 있는 지방유래 줄기세포 연구와 미세수술 기법,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연결하여 림프조직의 재생을 꾀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정재훈 교수 연구팀은 기존 연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3D 구조체 ‘스캐폴드’를 활용했고, 실제 림프절과 유사한 형태의 3D 구조체를 개발할 수 있었다.
제작된 스캐폴드에 지방유래 줄기세포를 탑재하여 체내에 이식하면, 줄기세포의 생존과 분화를 효과적으로 유도해 림프절 기능을 대신할 수 있게 된다. 환자 개인의 조직을 활용한 맞춤형 인공 림프절 제작이 가능해진 것이다.
“지방유래 줄기세포는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어 림프조직 기능 회복을 위한 치료에 적합한 후보로 여겨져 왔습니다. 앞선 연구에서도 탈세포화한 림프절 조직에 지방유래 줄기세포를 주입하여 이식한 결과, 일정 수준으로 림프 기능이 회복되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고요. 하지만 여기에도 한계는 있었 습니다. 줄기세포를 체내에 직접 이식하면, 생존율이 낮고 손상 부위에서 기능적으로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줄기세포의 장점을 활용하되 이것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연구가 꼭 필요했습니다.”
림프조직 재생 효과는 동물 실험에서 입증됐다. 림프조직이 손상된 실험용 쥐에게 줄기세포 스캐폴드를 이식한 결과, 림프조직 재생이 활발히 일어났다. 향후 정재훈 교수 연구팀은 림프부종이 자주 발생하는 유방암 수술 환자군을 대상으로 임상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추가적인 안전성 검토와 기술 고도화가 선행된다.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림프부종 치료의 전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증상을 완화하는 기존 치료법과 달리, 손상된 림프조직의 기능 자체를 복구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환자 본인의 지방 조직에서 얻은 줄기세포를 활용하여 면역 거부 반응 없는 개인 맞춤형 이식도 가능해진다. 수술 부담이 크거나 수술 후 효과가 제한적인 환자들에게 대안이 생긴 것이다.
림프부종은 더 이상 견뎌야 하는 질환이 아닌 치료와 관리가 가능한 질환으로 바뀌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재훈 교수와 의료진들을 믿고, 림프부종 환자들이 새 희망을 품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