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 탈구는 보행이 어려운 중증 뇌성마비 아동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이다. 재활의학과 류주석 교수 연구팀은 중증 뇌성마비 아동의 고관절 탈구를 방지하는 고관절 보조기를 개발하고, 그 효과를 밝힌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류주석 교수를 만나 중증 뇌성마비 아동의 고관절 탈구와 이번 보조기 개발의 의의에 대해 들었다.

뇌성마비의 원인과 증상은 무엇입니까?

뇌성마비란 미성숙한 뇌의 손상으로 자세 유지, 운동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으로 아이들에게 발생하는 질환 중 가장 중증인 질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임신 중 혹은 분만 전후에 뇌 손상이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거나 원인을 명확히 밝힐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뇌성마비로 인한 운동장애는 뇌의 손상 부위와 손상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경직형이 70~80%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합니다.

뇌성마비 진단 및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요?

뇌성마비 진단 시 어려운 점은 유아기에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확한 문진과 이학적 검사가 요구됩니다. 우선 출생 시 난산이나 조산이었는지, 출산 후 무산소증 및 출생 후 핵황달* 등을 겪지 않았는지 등 환자의 출생력과 발달과정에 대한 문진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학적 검사는 환자의 신경학적 발달 정도를 측정하고 근육의 힘과 자율적인 조절 능력을 판단하며 평형 감각이나 직립 자세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됩니다.
환자가 최대한 독립적인 활동을 유지하도록 치료하는 게 환자 자신과 가족의 삶의 질을 위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 가능한 근육의 힘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치료, 관절의 변형이나 탈구를 예방하는 치료가 필수적입니다. 비수술적 방법으로는 비정상적인 근육의 긴장성, 구부리는 근육과 펴는 근육 사이의 부조화에 대한 물리치료나 약물치료가 있고, 경직성을 완화하기 위해 근육 내 보톡스를 주입하기도 합니다. 근육의 단축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보조기 착용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수술적 방법으로는 선택적 후신경근 절단술** 등이 경직성 완화를 목적으로 시행되며, 이미 고착된 관절과 뼈의 변형에 대해서는 정형외과적 수술이 시행되기도 합니다.

* 핵황달이란? 뇌세포 내에 간접 빌리루빈이라는 물질이 침착돼 생기는 신경학적 증후군.
** 선택적 후신경근 절개술(selective dorsal rhizotomy)이란? 경련성 뇌성마비 환자에서 발생하는 경련을 감소시키기 위해 후신경근을 선택적으로 절개하는 수술이다.

중증 뇌성마비 아동은 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근골격계 장애를 겪습니다. 그중 고관절 탈구가 자주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중증 뇌성마비 환자는 근위약과 경직으로 보행이 불가능하므로 고관절이 빠집니다. 우리 연구팀은 2018년부터 4년간 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으로 뇌성마비 아동의 고관절 탈구를 심층적으로 연구해 고관절 탈구의 발생 기전을 체계적으로 정리했습니다. 고관절 탈구의 원인은 첫째, 보행이 불가능하고 고관절에 적절한 체중 부하가 이루어지지 않아 뼈의 형성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고관절에 가해지는 힘의 불균형이 탈구의 한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셋째, 고관절 주변의 인대와 근육 자체의 약화가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중증 뇌성마비 아동의 고관절 탈구를 방지하는 고관절 보조기를 개발하고, 그 효과를 입증하셨습니다.

고관절 탈구는 뇌성마비 아동에게 첨족 변형* 다음으로 많이 발생하는 근골격계 합병증입니다. 특히 중증 뇌성마비의 경우 그 발생빈도가 80%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단 탈구가 진행되면 보행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보행 가능 여부는 향후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도 기존 연구들은 고관절 탈구를 예방하는 적절한 치료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표준 진료 시스템도 6개월마다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확인해 수술받게 하는 것 외에는 제안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환자를 진료할수록 고관절 탈구를 방지하는 의료기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연구팀이 정리한 탈구 발생 기전의 원리에 따라 4년여간 효과적으로 탈구를 방지할 수 있는 구조, 소재를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골반부 체중 부하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도록 다양한 자세에서 움직임을 보조하면서도 구조적으로 넙다리뼈 골두 탈구를 방지하도록 고관절 주변을 지지하는 ‘착용형 고관절 탈구 방지 보조기’를 고안하고, 고관절 탈구의 예방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 첨족 변형이란? 발뒤꿈치가 들리고 발의 앞쪽 끝이 바닥 쪽으로 향하는 변형.

이번에 개발된 고관절 보조기는 중증 뇌성마비 아동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해당 보조기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개발된 ‘착용형 고관절 탈구 방지 보조기’는 탄성 소재의 안감 바지와 고관절 주변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압박 및 고정할 수 있는 세 쌍의 띠로 구성돼 있습니다. 안감 바지는 안전성 및 독성 시험을 통과한 통기성이 좋은 소재로 만들었습니다. 한국섬유개발원과 진행한 섬유 압박 강도 실험 결과, 배 부위의 압박은 최소화하면서 탈구 방지를 위한 고관절 주변 압박은 높여 과학적인 설계에 기반한 보조기라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실제 착용해본 연구 참여자 보호자들도 아이의 걸음걸이가 안정적으로 변했으며 크게 불편해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동안 비수술적 치료 방법으로는 고관절 탈구를 예방하기 어렵고, 고관절을 서포트하는 보조기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를 통해 고관절 보조기도 탈구의 발생 기전과 원리에 맞게 적용하면 탈구 방지의 효과가 있음을 처음으로 증명했습니다.

향후 추진할 연구 계획을 말씀해주십시오.

중증 뇌성마비 환자의 경우 자유롭지 않은 신체 활동과 운동 능력 저하로 인한 체중 부하 감소로 골다공증과 비구 형성부전의 위험이 공존합니다. 따라서 고관절 탈구라는 현상의 예방뿐 아니라 골다공증의 예방, 비구의 형성 부전 치료, 고관절 외반고 등 이차적 위험 요소까지 고려한 통합적인 치료 솔루션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뇌성마비 치료는 치료가 가능한 영역과 가능하지 않은 영역을 구분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질환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불필요한 치료를 지속하거나 잘못 치료하면 오히려 장애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제가 진료하면서 만나는 대부분의 환자와 그 가족들은 조금이라도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치료에 임합니다. 그 희망의 작은 불씨라도 그냥 저버리지 않고, 실제 좋아질 수 있도록 희망을 가능성으로 바꾸어 나가는 것이 연구자의 역할과 책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뇌성마비라는 질환은 아동 자신에게도, 가족에게도 긴 여정입니다. 무엇보다 용기와 치료에 대한 믿음이 중요합니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환자와 가족에게 또 하나의 희망의 불씨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의료진 소개

재활의학과 류주석

[전문진료분야]

재활의학과 : 척추 질환(통증, 변형, 마비), 척수손상, 척추측만증, 소아재활(뇌성마비,발달지연,언어지연)
재활의학과 (척추센터) : 척추질환(변경, 마비, 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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