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 천명음은 소아 호흡기 질환을 조기 진단하는 데 중요한 지표다. 하지만 직접 숨소리를 듣는 청진 방식으로 판별해야 하기에 의료진의 경험과 판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소아청소년과 김경훈 교수팀이 개발한 천명음을 분별하는 인공지능 모델은 소아 호흡기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천명음이란? 폐로 오가는 공기의 통로인 기도가 좁아지면서 압력에 의해 숨을 쉴 때마다 가슴에서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

‘천명음(wheezing)’이란 어떤 것인가요? 일반적인 숨소리와 어떤 차이가 있으며, 연령에 따라 그 특징이나 중요도가 다른지 궁금합니다.

천명음은 일반적인 호흡음과 달리 연속적인 고음의 소리입니다. ‘휘’하는 소리처럼 들려서 어떤 때는 휘파람 소리 같기도 하고, 어떤 때는 음악 소리 같기도 합니다. 대부분은 청진기를 이용해서 호흡음을 들을 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하면 일상생활 중에도 입이나 코에서 소리가 나기 때문에 어머니들이 자녀가 자꾸 쌕쌕거린다며 병원에 데려오기도 합니다. 소아는 성인보다 기도가 좁은 데다 여러 원인으로 기관지가 좁아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이때 소아들은 견디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쉽게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성인에 비해 이러한 숨소리를 빨리 분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천명음이 생기는 주요 원인과 관련 질환에 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천명음은 기관지가 좁아질 때 들리게 됩니다. 기관지가 좁아지는 원인은 다양한데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한 감염, 알레르기 반응, 질환 등에 의해 좁아질 수 있습니다. 천명음이 발생하는 질환은 소아의 경우 모세기관지염, 소아 천식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기관지가 좁아지는 증상은 우리 몸을 보호하는 기전 중 하나입니다. 바이러스나 알레르기 반응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기 위해 분비물이 증가하는데 기관지를 구성하는 조직 중 분비물을 형성하는 점액선들이 붓고 그것을 둘러싼 근육들도 비대해져 기관지가 좁아지는 것이죠. 또한 다양한 원인에 의해 분비물이 쌓여 기관지가 좁아질 수 있습니다.

모세기관지염이란? 기관지의 작은 가지인 세기관지라는 부분에서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 보통 만 2세 이하의 면역력이 약한 소아가 잘 걸리며 기침, 발열, 콧물, 호흡곤란 등이 발생한다. 대부분 치료를 받으면 잘 낫는 편이다.

천명음이 발견됐을 때는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병원에서 어떤 검사를 받고, 어떤 치료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천명음은 기도가 좁아지는 질환에서 발생하므로 일차적으로 기관지 확장제 치료를 받게 됩니다. 코나 입으로 흡입제를 들이마시면 그 약물이 기관지의 근육을 이완시켜 줍니다. 그러면 기관지를 확장시키는 효과가 있죠. 먹는 약이나 패치 형태로도 개발돼 있습니다. 가벼운 기관지염의 경우는 일차 약물 치료로 좋아질 수 있지만, 반복적으로 천명음이 발생한다면 소아 천식과 같은 만성 호흡기 질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알레르기 검사나 폐 기능 검사를 시행하게 됩니다.

호흡기 질환을 가진 소아들에게 나타나는 천명음을 찾아내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셨습니다. 이번 연구의 주요 내용 및 연구과정에 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청진기를 이용해 호흡음을 듣는 것은 소아 호흡기 질환을 진단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청진기를 이용한 정확한 청진은 매우 어려운 신체 검진이며, 정확한 청진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청진한 의사 혼자 듣고 판단하기 때문에 의사 개인의 주관성이 크게 작용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호흡음을 듣고 정확히 판단해 준다면 소아 호흡기 환자의 진료 및 치료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년여에 걸쳐 소아 호흡기 환자를 진료할 때 전자청진기로 호흡음을 녹음하고, 수천 건의 녹음된 호흡음 중 연구에 사용할 수 있는 수백 건의 데이터를 소아 호흡기 전문가 2명이 듣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수집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아 환자에서 천명음을 찾아내는 우수한 성능의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이번 연구가 소아 호흡기 질환의 조기 진단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예상합니다. 연구의 의의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십시오.

소아 호흡기 질환에서 천명음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의 정확도는 91% 이상으로 나타났는데, 매우 우수한 성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필요한 메모리 용량이 크지 않아 향후 디바이스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러한 디바이스는 만성 소아 호흡기 환자들의 개인별 건강 상태를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거나 1급 감염병과 같이 높은 수준의 격리를 요하는 환자들의 진료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정에서도 소아 호흡기 질환을 조기에 선별하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향후 추진할 연구나 앞으로의 목표,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개발된 천명음 인공지능 모델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의 성능을 개선하는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자청진기와 연결하는 애플리케이션 형태의 의료기기 개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공지능으로 천명음뿐만 아니라 폐렴일 때 발생하는 수포음* 등 다양한 비정상 호흡음을 학습시켜 그것을 분류해 낼 수 있도록 인공지능 모델을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그러면 입원이 필요한 극성 폐렴 등을 구분하기 용이할 것입니다. 향후 환자의 임상 증상 및 지표들과 연계해 소아 호흡기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통합 인공지능으로 확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포음이란? 닫혀 있던 폐포가 숨을 들이마실 때 열리면서 나는 소리. 눈을 발로 밟을 때 나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악설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나음 플러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기 바랍니다.

소아 호흡기 질환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므로 증상이 발생하면 병원을 방문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으시길 권유해 드립니다. 외래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언제 병원을 내원해야 하는가인데요. 가정에서 판별하기는 어렵지만 자녀가 기침을 하거나 숨이 가쁘고 숨쉬기 힘들어 보일 때는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비정상 호흡음을 판단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가정에도 보급된다면 아이들에게 천명음이 발생할 경우 구분하기가 더 쉬워질 것입니다. 특히 대표적인 소아 만성 호흡기 질환인 천식은 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면 진단과 관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계속되는 연구를 통해 여러 소아 호흡기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삶에 도움이 되고 희망을 주는 빛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의료진 소개

소아청소년과 김경훈

[전문진료분야]

소아청소년과(알레르기호흡기) : 천식, 아토피피부염, 식품알레르기, 알레르기 면역요법, 소아 기관지내시경, 만성 호흡기 질환, 수면 무호흡, 가정용 인공호흡기

의료진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