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이다. 신록은 푸르게 자라고 수많은 인파가 더위를 피해 산으로 바다로 이동하는 계절. 생동감과 활력, 열정의 키워드로 대변되는 여름은 뜨거운 ‘열’로 인해 다양한 질환이 발생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로워지지 않는 법.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진과 함께 여름철 건강을 지킬 현명한 ‘열’ 관리법을 알아보자.

낮이 길어지고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에는 온열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온열 질환은 말 그대로 ‘열’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일사병과 열사병, 열실신, 열경련, 열탈진 등 경증 질환부터 중증 질환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를 모두 포괄한다. 물놀이 중 많이 겪는, 자외선에 인한 일광화상도 온열질환의 일종이다.
“우리 몸이 고온에 오래 노출돼 체온이 상승하면, 뇌로부터 체온을 조절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일어납니다. 신체 끝부분의 혈액량을 늘려 열기를 발산하고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려고 하는 거죠. 이 과정에서 생각보다 많은 양의 수분과 염분을 잃게 됩니다.” 이기헌 교수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심한 갈증과 무기력, 어지럼과 같은 증상이 발생하고 온열 질환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가장 대표적인 온열 질환은 일사병과 열사병. 이름이 비슷해 헷갈리는 사람이 많지만 이 두 가지는 엄연히 다르다.
“일사병과 열사병 모두 고온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발생합니다. 하지만 일사병이 열사병에 비해 경증에 해당하지요. 일사병은 휴식을 취하면 비교적 쉽게 회복되는 반면, 열사병은 제때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어요.”
이승연 교수는 “일사병 단계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열사병으로 발전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사병과 열사병은 그 증상을 통해 구분이 가능하다. “일사병은 심부체온이 37~40도까지 오르고 약간의 어지러움과 정신 혼란이 있지만 의식은 뚜렷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열사병으로 발전하면 심부체온이 40도를 넘겨 중추신경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죠. 정신이 혼란한 상태가 지속되고 말이 어눌해지거나 호흡이 이상하고 발작이나 경련, 의식불명이 나타날 수 있어요.”
일사병과 열사병의 차이를 설명한 이혜진 교수는 “열사병은 급성신부전과 심인성 쇼크, 간 기능 부전을 야기하고 심하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변에서 온열 질환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증상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빠르게 체온을 낮추는 일이다.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이동시키고 옷을 벗긴 뒤, 찬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내거나 분무기로 물을 뿌려 최대한 체온을 내려야 한다. 부채질이나 선풍기를 이용해 공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도 좋다. 의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찬물이나 음료수를 먹여 수분을 보충해주되 의식이 없다면 절대 먹이지 말아야 한다. 자칫 기도로 물이나 음료수가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혜진 교수는 “가벼운 증상이 아니라 의식이 없거나 어지러움을 심하게 느낄 만큼 위중하면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바로 119에 신고한 뒤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온열 질환자가 병원에 이송되면 고온과 고열 환경 노출 여부와 함께 의식상태, 생체징후, 심부체온을 먼저 확인합니다. 만약 열사병이 의심되면 저혈압이나 부정맥, 혈액응고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통해 다발성 장기손상 여부를 추가 체크하게 되죠.”
이승연 교수는 “병원에서도 환자의 체온 조절에 중점을 두고 치료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는 심부온도를 관찰하면서 수액 투여를 통해 체온을 낮추는데 집중한다.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기도 유지, 호흡 보조를 함께 시행하고 저혈압이 나타나면 혈압을 상승시키는 약물을 투여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위세척을 하거나 심부전, 간부전 치료가 병행된다.
“어린이나 노약자는 일반 성인보다 체온조절 기능이 약해 온열 질환에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또 호흡기나 뇌혈관,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거나 정신과 약물치료를 받는 환자의 경우도 신체적응 능력이 낮아 폭염에 취약하죠.”
이기헌 교수는 온열 질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라고 강조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진은 “뜨거운 햇볕 아래에 오래 서 있지 말고 그늘을 찾아 휴식을 취하며, 온도가 너무 높은 날에는 최대한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여름철 ‘열’ 때문에 발생하는 질환은 또 있다. 바로 식중독이다. 여름의 고온다습한 기후는 음식물의 부패와 세균 번식을 촉진시켜 식중독을 야기한다. 식중독은 주로 울렁거림,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소화기계 증상을 일으키는데 심하면 열이 나거나 근육경련, 의식저하를 초래하기도 한다. 장 점막이 손상돼 설사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거나 소화•흡수에 문제가 생기는 사례도 있다.
“식중독은 별다른 치료 없이도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잦은 설사와 구토로 탈수 증상이 생길 수 있어 따뜻한 물을 수시로 마시면서 수분을 보충해야 해요.”
이혜진 교수는 “만약 탈수가 너무 심하면 정맥주사로 수액을 공급해야 하고, 균에 따라서는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연 교수는 “음식물 섭취가 가능한 상태라면 무조건 굶기보다 미음이나 죽과 같은 유동식을 조금씩 자주 먹어주는 것이 좋다”면서 “의사와 상의 없이 지사제를 남용할 경우 장 속의 독소나 세균 배출을 지연시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여름철 뜨거운 열을 피해 에어컨에 의지하다 보면 또 다른 난관을 맞게 된다. 바로 냉방병에 걸리는 것이다. 사실 냉방병은 정확한 의학용어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강한 냉방 상태에 오래 노출되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을 통틀어 말한다. 냉방병의 증상은 크게 호흡기 증상과 자율신경계 증상으로 나뉘는데 가벼운 감기 같은 상태를 겪게 된다. 대부분은 냉방 환경을 개선해주면 증상이 호전된다.
“냉방병은 실내외 온도 차이가 심한 환경에 인체가 잘 적응하지 못해서 생기는 질환입니다. 대부분 두통이나 콧물, 재채기, 코막힘 등 호흡기 증상과 몸살을 호소하죠.”
이승연 교수는 “체온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에 혼선이 생겨 쉽게 피로하고 소화불량, 복통,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혜진 교수는 “아무리 더워도 실내외 온도가 5~6도 이상 차이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1시간 정도 에어컨을 가동했다면 잠깐 에어컨을 끄고 환기해주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기력이 없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가정의학과를 찾아오는 환자가 늘어난다. 대부분 너무 덥거나 반대로 냉방이 심한 환경에 노출된 경우다. 고령자나 만성 질환자가 많지만 건강한 성인도 적지 않다. 건강한 여름을 보내기 위한 기본 요소는 온도를 잘 관리하는 것. 고온, 고열, 고냉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꼭 유의해야 한다.
“평소 꾸준히 운동하며 건강을 지켜왔던 분 중에는 본인의 건강을 자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전부터 건강했으니 괜찮다며 무더위 속에 등산이나 운동을 강행하기도 하죠. 하지만 예전 몸 상태만 믿고 무리해 활동하다가는 탈이 날수 있습니다.”
이기헌 교수는 “폭염 시 야외활동에 유의해야 하는 것은 어린이와 노약자뿐 아니라 건강한성인들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활동 중 어지러움, 두통,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그 즉시 하던 일을 멈추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 폭염특보가 발령된 날에는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이승연 교수는 “야외활동이 불가피한 경우, 밝은 색상의 헐렁한 의상을 착용하고 챙이 넓은 모자를 준비하라”면서 “술이나 카페인 음료는 체온상승과 이뇨작용이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름철 더위로 힘든 것은 낮뿐 아니라 밤도 마찬가지다. 이혜진 교수는 “열대야로 고생할 때는 얼음주머니를 활용하거나 적정 수준으로 에어컨 온도를 맞추고 타이머를 설정해 충분히 수면을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온열 질환을 예방하고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분을 섭취하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평소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라면 외출 전 물을 많이 마시고 나가고 이동 중에도 틈틈이 물을 섭취해줘야 한다.
“여름철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습관은 물을 자주 마시는 거예요. 무더위에는 갈증을 느끼기 전에 조금씩 규칙적으로 수분을 충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혜진 교수는 “이열치열을 실천해 땀을 뺐다면 그만큼의 수분을 섭취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외출 후 반드시 손발을 씻는 등의 개인위생을 지키고, 음식물 보관 및 조리에 신경 쓰는 것도 여름철 건강을 지키는 핵심 요소다.
더위와 열 자극으로 능률은 떨어지고 체력 소모는 많아지는 여름철.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진은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 무엇을 실천하고 있을까. 이기헌 교수는 운동과 식단 조절을 통해 적정 체중 유지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혜진 교수는 항상 물이나 차를 가지고 다니며 수분 보충에 신경 쓰고 몸이 지치지 않도록 시원한 환경을 조성한다고 한다. 이승연 교수는 규칙적인 생활을 통한 신체 밸런스 유지에 노력한다고 전했다. 건강을 지키는 데 왕도는 없을 터다. 적절한 온도 조절과 충분한 수분 섭취, 위생 관리, 생활리듬 유지…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건강상식을 실천하는 것이 건강한 여름을 나는 바른 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는 ‘포괄적인 1차 진료’와 ‘전문화된 클리닉 진료’ 서비스를 아우른다. 가정의학 진료 세션 이외에도 비만 클리닉, 금연 클리닉, 피로 클리닉 등 3개의 전문 클리닉을 개설해 내원환자 진료 및 병동 입원환자에 대한 자문진료를 수행한다. SNUBH 가정의학과 교수진은 환자의 증상을 단편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주변 상황과 숨겨진 질환까지 세심히 관찰하고, 환자가 이해하기 쉽게 다가가며 환자 중심 진료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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