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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현장의 내비게이션, 의료인공지능센터

의료 현장의 내비게이션

의료인공지능


인터뷰. 김세중 의료인공지능센터장, 문재훈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한 기술이 일상생활 곳곳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도 임상진료, 의학연구, 의료기기 개발 등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범위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이전만 해도 의료서비스는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사들의 판단에 의해 이뤄져왔지만, 인공지능이 등장함에 따라 의사들의 오랜 경험을 수많은 데이터와 반복적인 훈련을 통한 기계학습으로 대체하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지난해 4월 개설한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료인공지능센터에서 연구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는 김세중 센터장과 내분비대사내과 문재훈 교수에게 ‘의료와 인공지능의 접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의료인공지능센터 김세중 센터장 & 내분비대사내과 문재훈 교수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의료인공지능센터가 문을 열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김세중 센터장 : 인구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등으로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병원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많아졌습니다. 환자의 개인정보, 검사 결과, 영상 자료 등 굉장히 많은 자료가 쌓이는 데 반해, 전통적인 의료에서 이를 진료에 활용하는 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만큼 쌓이는 정보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의료계 전반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이 연구 역량을 한데 모아서 집중적으로 육성하여 의학 발전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의료인공지능센터를 개설하게 됐습니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은 개원 당시부터 문서 자료를 없애고 모든 자료를 전산화한 디지털병원으로 출발했습니다. 지금까지 모든 정보를 데이터로 잘 저장하고 영구 보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온 만큼 빅데이터 시대를 선도하는 병원이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특히 이미 빅데이터센터가 있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료서비스에 관한 연구를 더욱 활성화하고 강화할 목적으로 의료인공지능센터라는 조직을 별도로 구성한 것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재훈 교수 : 인공지능을 활용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입장에서 의료인공지능센터가 있다는 것 자체로도 마음이 든든합니다. 최근 일고 있는 의료 현장의 변화에 우리 병원의 높은 관심도를 반영한 결과이기도 해 연구자로서 힘이 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인공지능 관련 세미나와 심포지엄도 상당히 유익해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앞으로도 의료인공지능센터가 의료와 연구를 오가는 가교 역할을 잘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의료인공지능센터는 어떤 일을 담당하고 있나요?

김세중 센터장 : 우선 교육적인 부분에 대한 지원을 들 수 있습니다. 이미 많은 분당서울대병원 의료진이 의료 인공지능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고 연구를 수행하는 분도 많습니다. 반면 인공지능 연구를 하고 싶어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방법을 몰라 주저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의료인공지능센터에서는 이런 분들을 도와드리고 이미 연구를 진행 중인 분들에게는 행정적인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또 기술적인 지원을 위해 카이스트AI대학원과 MOU를 맺고 교수님들과 협업할 수 있도록 연계해 드리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정기적으로 세미나, 심포지엄을 열고, 인공지능과 관련된 국책과제나 정부 연구사업이 많이 생기고 있어서 이에 대한 지원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재훈 교수 : 외부 기관과의 협력 외에 병원 자체 인력 양성 계획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김세중 센터장 : 카이스트 AI 대학원과 협력하여 공동으로 연구 지원 인재를 육성할 계획입니다. 지난 3월에는 서울대학교 헬스케어융합학과에 박사과정이 개설되어, 운영 중입니다. 박사과정을 마친 학생들을 2년 동안 선임연구원으로 채용하는 조건이어서 전문적인 교육과 연구 경험을 쌓은 인력들이 지속적으로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인재로 성장하게 됩니다.
문재훈 교수 : 질문을 드린 이유는 인공지능을 연구하면서 인력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입니다. 새롭게 인공지능을 공부하고 의료 현장에 접목하는 일은 의사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인공지능을 제대로 분석하고 올인할 수 있는 자체 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제가 창업해서 투자를 받고 그 투자금으로 전문 인력을 고용한 이유기도 합니다. 우리 회사는 갑상선 항진증과 저하증을 진단하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는데, 이를 위해 생체신호 데이터를 웨어러블 기기 회사 서버에서 받아 자체 서버에 저장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 분석, 가공해야 합니다. 저 혼자 힘으로는 수개월이 걸릴 일이지만, 데이터 관리 및 인공지능 방법론에 익숙한 전문 인력들은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훨씬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습니다. 때마침 의료인공지능센터에서도 인력을 양성하고 확보하는 일에 힘을 쏟고 계시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현실적으로 의사가 모든 정보를 분석해서 적용하는 것은 사람의 지능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야만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다양한 시도는 당연한 시대적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선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로서 인공지능을 접목한 의료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제 체감하시는지요?

김세중 센터장 : 건강과 관련해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다 보니 환자들이 다양한 정보를 갖고 와서 의사에게 질문하거나 조언을 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해석하고 환자 개개인에 맞는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정확한 의사결정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의사가 모든 정보를 분석해서 적용하는 것은 사람의 지능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보다 앞으로 생성될 정보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이를 따라가며 하나하나 습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야만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다양한 시도는 당연한 시대적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재훈 교수 :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 인공지능을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생체신호와 관련해서 데이터 양이 많다 보니 이를 분석하는 데 필요한 도구가 결국은 인공지능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죠. 갑상선 기능 이상이 있을 때 심박수가 증가하고, 땀이 많이 나거나, 몸에서 열이 나고, 몸무게가 줄어드는 등 여러 가지 생체신호가 발생합니다. 최근에는 이처럼 다양한 생체신호를 저장할 수 있는 다양한 기기가 개발되고 있어서, 이처럼 축적된 데이터들을 활용하면 갑상선 기능 이상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심박수 증가에 따라 갑상선중독증 위험도가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수치화해 질환 위험도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추출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의료 분야에 접목되는 변화의 시대를 맞아 의사로서 느끼는 바가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세중 센터장 : 시대가 변하면서 환자들에 대한 진료 형태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예전에는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당신은 콩팥이 나쁩니다’라고만 얘기했는데 2001년 들어서면서 1~5단계로 나누고 단계별로 설명을 했더니 환자들이 조금 더 잘 받아들이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각 단계 내에서도 더 자세한 콩팥기능 점수로 말씀드리는 시대가 되었고, 이를 환자들이 직접 스마트폰 앱에서 확인할수도 있습니다. 정보가 많아지다 보니 의사가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정보를 공유하고 정확하게 해석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향후 5년, 10년 후에는 또 어떤 양상으로 바뀔지 가늠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인공지능처럼 시대 변화에 부합하는 연구가 더 절실해졌습니다.
문재훈 교수 : 의료와 인공지능의 접목이라는 이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전이었습니다. 당시 젊은 교수들끼리 ‘과연 우리가 은퇴할 때까지 의사라는 직업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위기감을 느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후 다양한 인공지능 방법론이 알려지고, 실제로 이를 활용하면서 그때 가졌던 막연한 두려움은 사라졌습니다. 과거 의사가 청진기만 갖고 있던 시절에는 문진과 청진으로 환자의 상태를 판단하고 질병을 진단했습니다. 과거의 의사들이 더 문진과 청진을 잘해서라기 보다는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CT, MRI, 심전도 등 자료가 더 많아지면서 이를 활용해 진단하는 시대가 됐고 그 과정에서 도태되는 의사도 많았습니다. 이제 모든 자료가 디지털화하고, 이를 분석하는 툴이 생기면서 새로운 전환점에 적응할 수 있는 의사들이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인공지능 의사’라는 막연한 개념을 가졌다면, 지금은 ‘컴퓨터가 지원하는 진단 혹은 의사결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제는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이 의사 대신 결정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결정을 보조해주는 도구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의료인공지능센터의 역할 또한 인공지능이라는 도구를 의사들이 잘 활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제 모든 자료가 디지털화하고, 이를 분석하는 툴이 생기면서 새로운 전환점에 적응할 수 있는 의사들이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이 의사 대신 결정을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 의사를 결정을 보조해주는 도구라는 인식이 자리잡고 싱ㅆ습니다. 문재훈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앞으로의 계획과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김세중 센터장 : 의료인공지능센터가 기획하고 있는 과제는 크게 2가지입니다. 병원 내 교수님들이 아이디어만 가지고도 연구를 기획하고 팀을 구성해서 대형 연구 사업을 진행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해드리는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입니다. 또 연구 단계에 그치지 않고 실용화해 환자들에게 가깝게 갈 수 있도록 하도록 여러 제반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 센터가 중점을 두는 부분입니다.
문재훈 교수 : 회사를 운영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 인허가 문제입니다. 생체신호를 모으고 측정하려면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야 하는데 제조사가 아닌 연구자가 직접 국내에서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제도적인 문제가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또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의료인공지능센터에서 체계적인 창구를 마련해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김세중 센터장 : 과거 낯선 길을 찾아가려면 누구에게 물어보거나 지도책을 보았지만 내비게이션이 등장하면서 목적지만 입력하면 가장 빠른 길을 알려주는 일이 일상화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의료계에서도 인공지능이 내비게이션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알파고 이후 인공지능이 붐을 일으켰듯이 의료 현장에서도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사례들을 집중해서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 시작을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이끌어 의료계 전체로 파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문재훈 교수 : 우리 병원에 저처럼 인공지능에 관심이 많은 연구자들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의료인공지능센터가 더 많이 알려져서 많은 교수와 연구자가 즐겨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겠습니다.


의료인공지능센터 김세중 센터장 & 내분비대사내과 문재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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