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췌장암 치료의 ‘개인 맞춤형 정밀 타격’ 시대를 열다

Focus ②

소화기내과 황진혁 교수

췌장암 치료의
‘개인 맞춤형 정밀 타격’ 시대를 열다

글. 박정혜

사진. 박성수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황진혁 교수 연구팀이 한국인 췌장암 환자 237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유전체 분석을 수행하며, 치료 반응과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정밀 의료 지표를 확보했다. 국내 최초의 시도로, 췌장암 치료를 개인 맞춤형 정밀 치료로 전환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Q. 1

우리나라 췌장암 환자의 유전체 데이터를 확보한 의미는 무엇인가요?

A. 1

암은 유전자 변이가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우리 몸의 세포는 분열할 때마다 약 30억 개에 달하는 염기서열을 복제하는데, 이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오류가 발생합니다. 인체에는 이를 복구하는 시스템이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변이는 조금씩 쌓이게 됩니다. 이러한 변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생식세포 변이와, 살아가면서 노화·흡연·자외선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생기는 체세포 변이입니다. 이 두 가지 변이가 축적되어 중요한 암 관련 유전자에 영향을 미칠 때 암이 발생하게 됩니다. 지금은 이른바 ‘암 정밀치료 시대’입니다. 환자 개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치료를 선택하는 정밀의료가 암 치료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밀의료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우리나라 환자의 데이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서구인과 인종적 특성과 생활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서구의 데이터를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암 연구는 치료 중심의 임상 연구에 편중되어 있었고, 유전체 기반 연구를 위한 인프라는 상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최근 국가 차원에서 암과 희귀질환 유전체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췌장암은 서양에서도 다른 암에 비해 유전체 연구가 늦게 시작된 분야입니다. 치료가 어렵고 예후가 좋지 않다 보니 연구비와 인프라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 기존 치료제의 새로운 조합이 췌장암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치료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후 연구가 활발해졌습니다. 이번 연구는 국내에서도 정밀의료 기반 췌장암 치료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습니다.

Q. 2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췌장암의 특징과 예후와의 관계는 무엇인가요?

A. 2

연구를 시작할 당시에는 서구와 유전적 차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큰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주목할 만한 특징이 있었습니다. 간 전이가 동반된 환자에서 예후가 특히 좋지 않았는데, 이들 환자에서는 TP53 변이와 유전체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대표적인 암 유전자인 KRAS의 대립형질 불균형이 자주 관찰됐습니다. 암은 단순히 하나의 세포에서 시작해 동일한 세포들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자라지 않습니다. 암세포는 스스로 진화하면서 다양한 하위 집단을 형성합니다. 즉, ‘췌장암’이라는 이름은 같아도 환자마다 다르고, 같은 환자 안에서도 부위와 시간에 따라 그 성질이 달라집니다. 학교로 비유하자면, 같은 반 학생들이라도 개개인의 특성이 모두 다른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환자의 예후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환자별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Q. 3

유전체 기반 치료가 실제 생존율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A. 3

췌장암 환자의 약 80~90%는 수술이 불가능한 3기 또는 4기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생존율을 크게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유전체 기반 치료가 발전한다면 이들 환자에서도 3~5년 이상의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진행된 ‘Know Your Tumor’ 연구에서는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 항암치료를 시행했을 때 생존 기간이 약 2배 증가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습니다(2020년, Lancet Oncology 발표). 표적이 있는 환자에게 그에 맞는 치료를 적용했을 때 예후가 뚜렷하게 개선된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하면, 정밀의학의 발전이 췌장암 치료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Q. 4

췌장암을 아형으로 나누는 이유와 치료 전략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A. 4

과거에는 같은 암이라면 동일한 성질을 가진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암세포는 환자마다 다를 뿐 아니라, 같은 환자 안에서도 암 덩어리 내부, 전이 부위, 그리고 치료가 진행되는 시간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합니다. 이렇듯 암은 고정된 존재가 아니라 변화하는 생태계에 가깝습니다. 유전체에 기반하여 암을 아형으로 나누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아형에 따라 치료 반응과 예후가 달라지기 때문에, 각 유형에 맞는 치료 전략을 적용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연구를 종합하면 췌장암은 크게 Basal-like 타입과 Classical 타입으로 구분됩니다. 특히 Classical 타입은 폴피리녹스(FOLFIRINOX)와 같은 항암치료에 더 잘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번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여기에 더해, DNA 복구 기능에 이상이 있는 HRD(상동재조합결핍) 특징을 가진 환자의 경우 백금 항암제가 포함된 폴피리녹스의 치료 효과가 더욱 좋았습니다. 아직 췌장암에서 HRD와 항암제 반응에 대한 대규모 데이터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어서, 이번 연구의 의의가 더욱 큽니다.

Q. 5

환자 맞춤형 치료가 실제 임상에서 적용되고 있는 단계인가요?

A. 5

현재는 유전체 검사 결과를 얻기까지 몇 주의 시간이 소요되고, 췌장암에서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표적’이 발견될 확률도 높지 않아 처음부터 완전한 맞춤형 치료를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치료 단계부터는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치료 전략을 조정하거나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앞으로 연구가 축적되고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표적들이 새롭게 발굴된다면, 이를 겨냥한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개인 맞춤형 치료의 적용 범위는 점차 넓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Q. 6

병원 시스템과 향후 연구 방향은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요?

A. 6

현재 병원에서는 유전자 패널 검사(targeted NGS panel)를 기반으로 정밀의료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전장 유전체 분석(WGS)과 같은 고도화된 기술, 그리고 오르가노이드 분석 등 새로운 유전체 분석 플랫폼이 도입될 예정입니다. 유전체 분석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고, 임상에 적용되는 주기도 빠르게 짧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병원 시스템 차원에서 선도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정밀의료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핵심 과제입니다. 향후 연구에서는 암 미세환경(TME)에 특히 주목할 계획입니다. 암세포를 둘러싼 면역세포, 그리고 종양 내 미생물과의 상호작용을 분석함으로써, 왜 췌장암에서 면역세포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지, 어떻게 하면 면역이 활성화된 환경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규명할 것입니다. 또한 혈액 내 대사체, 단백질, mRNA 등을 이용한 액체생검 기반 조기 진단 기술 개발도 중요한 연구 과제입니다. 액체생검은 혈액 속에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암세포의 흔적, 즉 순환종양 DNA를 찾아내는 기술입니다. 과거에는 그 양이 워낙 적어 검출이 어려웠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점차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영상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조기 이상 징후를 포착하는 연구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아직 갈 길이 있지만, 언젠가는 건강검진처럼 간편하게 췌장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Q. 7

췌장암 환자와 보호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A. 7

췌장암은 여전히 예후가 좋지 않은 질환이지만, 5년 생존율은 과거에 비해 2배 이상 향상되었습니다. 국내외에서 기초·중개·임상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이 분야를 연구하는 전문가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특히 희망적인 것은 췌장암에서 가장 흔한 유전자 변이인 KRAS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 개발입니다. 40여 년간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KRAS를 겨냥한 항암제가 최근 속속 개발되고 있으며, KRAS G12C를 시작으로 G12D 등 다양한 변이 아형에 대한 치료제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입니다.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이어간다면, 앞으로 더 많은 환자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입니다.

TIP 1

췌장암 정밀의료가 중요한 이유

췌장암은 환자마다 유전자 변이와 종양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치료로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유전체 분석을 통해 환자의 암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면 보다 효과적인 치료 전략을 선택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생존율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TIP 2

췌장암 예방과 관리에서 중요한 생활 습관

췌장암 유전자 변이는 환경과 생활 습관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관리, 균형 잡힌 식습관은 기본적인 예방의 출발점이다. 검증되지 않은 건강보조식품에 의존하기보다, 의학적으로 검증된 치료와 꾸준한 생활 관리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기억하자.

소화기내과 황진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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