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게 폐암이 생긴다는 건, 예전에는 극히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폐암의 공식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2016년 국립암센터 자료에 따르면 여성 폐암 환자의 87.8%는 비흡연자였다. 전체 폐암 환자 중 비흡연자가 약 30%를 차지하며, 국제적으로도 남성 환자의 6분의 1, 여성 환자의 절반 이상이 비흡연자다. 여전히 폐암의 위험 요인 1위는 흡연이다.
폐암 발생의 약 70%가 흡연과 연관되어 있으며,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위험이 10배 이상 증가한다. 그러나 더 이상 흡연 여부만으로 위험을 설명하기 어렵게 된 것도 사실이다. 미세먼지,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 실내 라돈, 간접흡연까지. 폐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은 우리가 숨 쉬는 일상 전반으로 확대됐다.
2023년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는 초미세먼지 노출이 높을수록 폐암 발병 원인인 EGFR 유전자 돌연변이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대기오염이 심한 지역의 비흡연자가 대기오염이 심하지 않은 곳의 흡연자보다 폐암 발생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결과도 나왔다. 주방에서 기름을 사용한 요리를 주 4회 이상 하면 폐암 위험이 약 3.7배 상승하고, 실내 라돈 농도가 100Bq/m³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병률이 16%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환경이 달라지면서 폐암 환자의 구성도 변화하고 있다. 폐의 건강을 위협하는 새로운 요인은 무엇이며,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글. 편집실
참고자료. 국립암센터, 대한폐암학회, 질병관리청, 세계보건기구(WHO) 등
검수. 심장혈관흉부외과 이준석 교수
폐암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치명적인 암이다. 2024년 국내 주요암 사망률 통계에 따르면 폐 암 사망률은 전체 암 사망자의 21.8%로 2위인 간암(11.7%)에 비해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폐암 5년 생존율은 38.5%에 불과해 전체 암 환자의 평균 5년 생존율 72.1%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폐암이 이처럼 치명적인 이유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반 감기와 유사한 기침이나 가래 정도의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진단 시점이 늦어진다. 실제로 1기에 발견되면 생존율이 80%, 2기 60%, 3기 30%, 4기는 10% 수준으로 떨어진다. 조기 발견 여부가 생사를 가르는 질환인 것이다.
흡연이 폐암의 주된 원인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폐암 발생의 약 70%가 흡연과 연관되어 있으며,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위험이 10배 이상 증가한다. 하지만 최근 비흡연자 폐암의 증가는 단순한 통계적 변동으로 치부할 수 없다.
2016년 국립암센터 자료에 따르면 여성 폐암 환자의 87.8%는 흡연 경험이 없었다. 전체 폐암 환자 중 비흡연자가 약 30%를 차지하며, 국제적으로도 남성 폐암 환자 6명 중 1명, 여성 폐암 환자의 절반 이상이 비흡연자다.
이러한 비흡연자 폐암은 주로 선암(腺癌) 형태로 나타난다. 선암은 폐의 주변부에서 발생하며, 흡연자에게 흔한 편평상피세포암이나 소세포암과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 또한 대부분 임파선 전이가 없는 1기로 발견되어 예후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2023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4개국 폐암 환자 32,957명 대상 연구에서 초미세먼지 노출이 높을수록 폐암 발병 원인인 EGFR 유전자 돌연변이 발생률이 증가했다. 충격적인 것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의 비흡연자가 미세먼지 농도가 낮은 곳의 흡연자보다 폐암 발생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이다.
초미세먼지는 폐에 염증을 일으키고 유전자 돌연변이를 유발해 폐암으로 악화시킨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는 장기간 다량 노출 시 폐암 발생 위험을 명백히 증가시킨다.
또한 가정주부나 요식업 종사자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것이 바로 조리 중 발생하는 미세입자, 일명 ‘조리흄’이다. 대한폐암학회 조사 결과, 주방에서 시야가 흐려질 정도의 요리 매연 발생 시 폐암 위험은 약 2.7배, 기름을 사용한 요리를 주 4회 이상 하면 약 3.7배 상승했다.
생선이나 고기 속 단백질이 탈 때 발생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기름이 탈 때 나오는 벤조피렌 같은 발암물질이 호흡기로 유입되면서 폐암을 유발한다. 실제로 2022년부터 정부는 학교 급식종사자의 폐암을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55세 이상 또는 경력 10년 이상 근무자를 대상으로 폐암 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라돈은 토양이나 암석 속 우라늄이 붕괴하면서 발생하는 무색·무취의 방사성 가스다. WHO는 전체 폐암 환자 중 라돈에 의한 폐암 발병 비율을 3~14%로 추정하며, 질병관리청은 라돈 농도가 100Bq/m³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병률이 16%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건축 자재인 화강암, 변성암, 석회석 등에 라돈이 포함되어 있어 지하실이나 환기가 잘되지 않는 밀폐된 실내 공간일수록 라돈 농도가 높아진다. 일상 속 스며든 미세먼지, 라돈, 간접흡연은 모두 흡연 못지않게 치명적인 폐암의 핵심 발암 요인이다.
간접흡연에 노출될 경우 폐암 위험도는 1.2~2배까지 증가한다. 흡연자는 담배 속 필터를 거쳐 연기를 들이마시지만, 주위 비흡연자는 담배가 타는 연기와 고농도 독성물질을 그대로 흡입하게 된다. 더 문제는 담배를 피운 후에도 머리카락, 피부, 옷에 붙은 유해 물질이 장시간 남아 있어 접촉만으로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저선량 흉부 CT는 생존율을 바꾸는 검진 방법이다. 미국의 대규모 연구 NLST에서 폐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저선량 흉부 CT 검진을 시행했을 때 흉부 X선 대조군과 비교해 폐암 사망률이 약 20%, 전체 사망률이 약 6.7% 감소했다.
일반 건강검진의 흉부 X선 검사는 5mm 이상의 병변만 발견 가능하며, 심장 뒤쪽이나 뼈와 겹치는 부위의 병변은 발견하기 어렵다. 반면 저선량 흉부 CT는 5mm 이하의 미세한 폐 결절도 발견할 수 있으면서도 일반 CT의 1/6~1/8 수준의 방사선만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검사 방법으로 권장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2019년부터 만 54~74세 중 30갑년 이상 흡연력이 있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2년마다 저선량 흉부 CT를 통한 국가폐암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갑년(pack-year)은 하루 평균 흡연량(갑)×흡연 기간(년)으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하루 한 갑씩 30년 흡연하거나, 하루 두 갑씩 15년 흡연한 경우 30갑년에 해당한다.
다만 비흡연자나 저위험군이 폐암 검진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저선량 CT를 촬영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 위양성률이 20~53%로 높아 불필요한 추가 검사와 불안감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자신의 위험도를 평가한 후 검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연은 필수
흡연은 본인의 폐 건강을 직접적으로 파괴할 뿐만 아니라, 간접흡연으로 비흡연자인 가족들의 건강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즉시 금연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세먼지 대응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외출 시 KF94 이상의 마스크를 착용하세요.
외출 후 손과 얼굴을 씻고 실내에서는 공기청정기를 사용해주세요.
주방 환기 철저
요리 시작 전부터 환기팬을 가동하세요.
요리 후 30분 이상 환기하고, 후드 필터는 정기적으로 교체해주세요.
실내 라돈 관리
지하실이나 밀폐 공간에 장시간 체류하지 마세요. 라돈 측정기로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환기 설비를 충분히 갖추세요.
조기 검진
고위험군(55~74세, 30갑년 이상 흡연력)은 국가폐암검진을 적극 활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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