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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수빈
사진. 김성재
현대인은 늘 잠이 부족하다. 늦은 퇴근과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놓지 못하는 스마트폰, 불규칙한 생활 속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게 수면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이 부족할 경우 단순한 피로감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뇌의 보상 회로와 식욕 조절 호르몬도 무너진다. 이로 인해 비만과 대사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실제로 UK Biobank 장기 코호트 분석에 따르면 하루 6시간 미만 수면군은 7~8시간 수면군보다 제2형 당뇨 발생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만감을 조절하는 렙틴은 충분한 수면을 통해 분비됩니다. 그런데 잠이 부족하면 렙틴은 감소하고, 식욕을 자극하는 그렐린이 증가하죠. MRI 연구에서도 단 하루 수면을 제한했을 때조차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체와 보상계가 과활성화되어 고칼로리 음식이 더 당기는 현상도 관찰됐습니다. 체중을 줄이려면 운동과 식이요법만큼 숙면 확보가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숙면을 하면 일단 섭취 열량이 자연스럽게 감소된다. 영국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는 수면 시간을 평균 1.2시간 늘리자 하루 섭취 칼로리가 270kcal 줄었다. 운동 없이 ‘숨은 다이어트’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장기적인 체중 감량 유지에도 숙면이 중요하다. 미국에서 시행한 장기 체중관리의 효과 연구에 따르면 같은 체중 감량 프로그램을 받아도 수면 시간이 짧은 사람이 체중 유지율도 낮고 요요현상을 겪는 비율도 높았다. 결국 수면이 충분해야 다이어트의 지속성이 보장되는 셈이다.
흔히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를 수면 골든타임이라고 하지만 이우진 교수는 ‘몇 시에 자느냐’보다 ‘어떻게 자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정 시간에 자야 한다는 강박이 오히려 불면을 유발할 수 있어 정해진 시간보다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는 게 좋다. 숙면을 돕는 수면 위생법으로는 ‘취침,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자기 전 스마트폰 사용 자제하기’, ‘점심 이후 카페인이 든 음료 피하기’, ‘낮 시간 활동 늘리기’ 등을 추천했다. 이외에도 자기 전 음식을 섭취할 경우 소화하는 데 에너지가 사용될 수 있어 다이어트로 인해 공복감이 심할 때는 위에 부담이 적은 바나나, 견과류 정도를 권장했다. 운동 역시 각성 효과를 높이기 때문에 취침 4시간 전에는 마무리하는 게 좋다. 평소 불면증이나 수면무호흡증을 겪고 있다면 적극적인 치료도 필요하다.
“수면무호흡은 단순한 피로 문제가 아니라 대사질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양압기(CPAP) 치료만으로도 혈압과 혈당이 개선되고 대사건강이 회복되는 경우가 많으니 꼭 클리닉에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최근 주목받는 식물성 멜라토닌이나 감태 추출물 등 수면보조제에 대해서는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속시간이 짧아 수면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필요 시에는 의사 처방을 통해 검증된 약제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수면 부족과 비만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체중이 늘면 목 주변 지방이 기도를 압박해 수면무호흡증을 유발하고, 수면무호흡증은 다시 비만을 부른다. 하루 수백 칼로리를 절약하고 대사질환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잠.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건강 투자인만큼 비만과 대사질환 위험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수면을 바로 잡아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