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한수빈
사진. 김경수
저체온치료는 체온을 일시적으로 낮춰 뇌 대사를 줄이고 염증 반응과 활성산소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입니다. 심정지 환자에서는 이미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지만 뇌경색 환자에서는 효과와 적용 기준 등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아 임상에서 제한적으로만 쓰여 왔습니다. 그간의 연구는 대부분 후향적 관찰 연구나 소규모였기에 신빙성이 떨어져 뇌경색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는 권고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특히 뇌경색 환자에 대한 무작위 대조 임상이 없었습니다. 저희가 혈관 재개통 치료를 받은 환자로 특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연구팀은 같은 치료 과정을 거친 환자를 대상으로 저체온치료의 안전성을 검증하고자 했습니다. 저체온치료는 혈관을 여는 급성기 치료를 대신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재개통 이후 뇌 손상을 줄이기 위한 치료 전략입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혈관 재개통 여부와 관계없이 저체온치료가 뇌경색 환자에게 안전하게 적용될 수 있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는 향후 모든 뇌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저체온치료를 고려할 수 있는 임상적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을 포함한 국내 5개 의료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2016년 12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약 3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뇌경색이 발생한 뒤 8시간 이내 혈관 재개통 치료를 받은 환자 40명을 선발해 저체온치료를 하는 군과 하지 않는 군을 무작위로 나눠 비교했습니다. 저체온치료를 시행한 환자군에서는 체온을 35℃로 유지하는 치료를 49시간 동안 진행했는데, 모든 환자가 인공호흡기나 기관삽관 없이도 목표 체온에 안정적으로 도달했습니다. 치료 과정에서 심박수가 다소 느려지는 등의 변화는 있었지만, 모두 중환자실 환경에서 충분히 조절 가능한 수준이었습니다. 그 결과 임상적 예후에서는 치료군과 대조군 사이에 뚜렷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는 저체온치료가 위험 없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렇습니다. 단순한 뇌경색 환자가 아니라 혈관 재개통 치료를 받은 급성 뇌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점, 그중에서도 재개통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환자만 연구 대상이 될 수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대상자가 제한될 수밖에 없었고 연구 기간이 오래 걸리게 되었습니다. 40명이라는 숫자만 보면 대상자 수가 적어 보일 수 있지만 안전성 확인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통계적으로는 충분한 규모입니다.
저체온치료는 뇌졸중 전문의 혼자 결정해 시행할 수 있는 치료가 아니라, 뇌졸중팀과 신경계중환자 치료팀이 함께 환자를 평가하고 협력해야 하는 치료입니다. 이런 구조가 잘 갖춰진 병원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많지 않습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국내 최초로 통합 신경계중환자실을 개설해 급성기 뇌경색 환자가 재관류 치료를 받은 이후에도 중환자 치료를 연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왔습니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저체온치료와 같은 고난도의 치료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시행할 수 있었고, 연구 대상자의 상당수가 본원 환자였던 것도 이런 구조적인 이유가 컸습니다.
저체온치료 자체는 연구 이전에도 임상 현장에서 시행되고 있던 치료입니다. 다만 그동안은 의사의 경험에 따라 적용 여부나 방법이 달라졌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명확한 근거가 부족했습니다. 연구를 통해 재관류 치료를 받은 급성 뇌경색 환자에서 저체온치료를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는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에 보다 자신 있게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체온치료의 효과를 이해할 때 중요한 점은 이미 손상된 뇌를 되돌리는 치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혈관을 여는 급성기 치료를 대신하는 방법도 아니고, 손상이 모두 진행된 이후 시행해 회복을 기대하는 치료도 아닙니다. 재관류 치료 이후 뇌 손상이 더 진행되는 것을 막고, 뇌부종이나 출혈 같은 2차 손상을 줄이기 위한 치료라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임상 현장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특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은 저체온치료가 뇌를 열어 수술하지 않고도 치료를 이어갈 수 있는 선택지라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뇌부종이 심해지면 수술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수술로 넘어가지 않고 경과를 지켜볼 수 있는 환자들이 늘면서 회복 과정과 이후 기능 회복 측면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말 자체가 주는 인상이 낯설다 보니 처음에는 걱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 체온을 일부러 낮추느냐’,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겠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뇌부종이나 2차 손상이 우려되는 대상 환자를 엄격히 선별해 신경계중환자실에서 시행하기에 안전합니다. 치료 과정에서도 체온 변화, 심박수, 호흡 상태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합병증을 철저히 관리합니다. 연령대 역시 특정 연령대에만 제한되는 치료가 아닙니다. 고령 환자라고 해서 원칙적으로 적용이 어려운 치료는 아니고,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와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시행할 수 있습니다. 실제 이번 연구에서도 고령 환자를 포함한 다양한 연령대의 환자에게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처음 국내에 도입됐을 당시에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비용 부담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되면서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는 저체온치료가 특정 병원이나 일부 환자만을 위한 치료가 아니라, 국내 의료 시스템 안에서 표준적인 중환자 치료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 신경계중환자 치료를 포함한 중환자 진료가 보험 제도 안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나라입니다. 저체온치료 역시 이러한 시스템 안에서 신경계중환자실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고 충분한 모니터링과 전문 인력의 관리하에 비교적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는 저체온치료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대상자 수를 늘려 기능적 회복이나 예후 관계를 살펴보는 연구가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또한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기보다 어떤 환자에게 이 치료가 더 적절한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연구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뇌혈관센터가 우리나라의 신경계질환 치료와 시스템을 선도해 왔듯 저체온치료를 포함한 뇌신경계질환에 대한 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센터, 뇌혈관센터, 뇌졸중팀과 신경계중환자치료팀은 모든 환자를 내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최상, 최고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밤낮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환자 한 분, 한 분을 소중히 여기며 더 나은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나아가겠습니다.
저체온치료는 막힌 혈관을 뚫는 ‘혈관 재개통’ 이후에 시행하는 보조적 전략이다. 혈관이 다시 열린 후 발생할 수 있는 염증 반응이나 활성산소 생성을 억제하여 뇌가 더 붓거나 출혈이 생기는 등의 2차 손상을 막는 것이 핵심 목적이다. 즉, 뇌 손상이 진행되는 것을 방지해 환자의 최종적인 회복을 돕는 안전한 치료법이라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체온을 일부러 낮춘다는 점 때문에 걱정할 수 있으나, 신경계중환자실 전문 인력의 철저한 모니터링 하에 시행되므로 고령 환자도 상태에 따라 안전하게 적용받을 수 있다. 과거에는 비보험 항목이라 비용 부담이 컸지만, 현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어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국내 의료 시스템 안에서 표준적인 중환자 치료의 하나로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